
배가 너무 고파서 서울에서 숲 속 고향으로 돌아온 혜원
아직은 추위가 가시지 않은 겨울, 모든 일을 멈추고 고향으로 혜원은 돌아옵니다. 오랜만에 들린 고향집에 따뜻하게 난로를 켜고 나니 배가 고파집니다. 지내는 사람이 없었던 터라 먹을 게 없어 급하게 눈에 묻힌 배추를 수확해서 진한 배추 된장국을 끓여 맛있고 따뜻한 한 끼를 먹습니다. 다음날, 마당에 가득 쌓인 눈을 치우고 있는데 누군가 담장 너머로 쳐다보고 유유히 사라지는데 그는 다름 아닌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부모님 농사를 도우며 작은 과수원을 시작한 혜원의 어릴 적 친구 재하였습니다. 눈을 치우며 일을 했더니 배가 고파진 혜원은 배추 잎 두장을 앞뒤로 노릇노릇하게 굽고 밀가루 반죽을 해 얼큰한 수제비를 만듭니다. 겨울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메뉴입니다.
고향으로 내려온 이유
밥을 먹고 오랜 고향 친구 은숙이 혜원의 집에 찾아와 반갑게 인사합니다. 은숙이는 이곳에서 태어나 취업도 이곳에서 하여 토박이 삶을 살고 있는 친구입니다. 다시 고향으로 내려온 이유를 물어보는 은숙에게 혜원은 어물쩍 대답을 회피하는데, 함께 시험을 준비하던 남자친구는 붙고 혜원은 떨어져서 자존심 상해서 내려왔다는 확신에 찬 추측을 하는 친구가 얄밉기만 합니다. 그게 아니라 배가 고파서 내려왔다는 대답을 합니다. 서울에서 작은 고시원에 살며 아르바이트를 하고 즉석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워 오던 혜원은 정말 배가 고팠던 것입니다.
그때 며칠 전 잠깐 만난 재하가 찾아와 오랜만에 인사하며 밤에 무섭지 말라고 강아지도 선물로 줍니다. 이를 본 혜원은 금방 서울로 올라갈 거라고 대답했지만 아무도 없는 집에 홀로 지내는 것보다는 서로 온기를 나눌 수 있는 존재가 있어 그날 밤 감사함을 느낍니다. 그녀는 삶에 고민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고향에 조금 더 머물기로 합니다.
돌아오지 않은 엄마
대학교 진학을 위해 이곳을 떠난 혜원은 다시 이곳에 돌아왔지만, 아무 말도 없이 떠나간 엄마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방황하며 답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오랜만에 만난 고모는 혹시 엄마랑은 연락하는지 묻지만 혜원은 엄마와 연락하지 않은지 오래입니다. 엄마는 혜원이 고등학생이던 어느 날 갑자기 고모한테 혜원을 부탁한 채 사라져 버렸습니다. 보물찾기 하듯 집안 곳곳에 숨겨둔 엄마의 편지에는 떠날 수밖에 없는 구구절절한 변명이 가득했지만 혜원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이유들뿐이었습니다. 그 후 혜원도 엄마가 없는 고향집을 떠나 도망치듯 서울로 가게 됩니다. 요리 실력만큼은 엄마를 쏙 빼닮은 혜원은 자연이 주는 재료를 가지고 이것저것 맛있게 요리를 합니다. 요리를 할 때마다 엄마가 생각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궁금하고 화도 나겠지만 표현하는 순간 자기가 지는 것만 같아서 절대 엄마를 먼저 찾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엄마의 레시피를 따라 하며 엄마를 이해해보려 합니다.
자연이 주는 선물
추운 겨울이 지나, 봄이 찾아온 숲 속에서 혜원은 자신만의 감자 밭을 꾸리려고 합니다. 아직 날이 차지만 땅속 온기는 감자 싹을 품어 밖으로 튀어내기에 이르지 않은 시기였습니다. 숲과 들판이 내는 소리, 개나리 색으로 물든 나무들 사이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혜원은 조금씩 자신의 마음이 추운 겨울을 지나 다시 봄이 오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감자 싹이 나오면 다른 작물을 심을 준비를 해도 된다는 뜻입니다. 꽃이 핀 봄, 예쁜 꽃 파스타를 요리해 혜원은 맛있게 먹습니다. 자연 그 자체가 몸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순간 바쁘게 돌아가는 순간이 잠시 멈춘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또 얼마가 지난 후 누가 보낸 건지 모르는 편지 하나가 도착합니다. 엄마가 보낸 편지였습니다. 엄마가 보낸 편지에는 혜원이가 보고 싶다거나 엄마가 어떻게 지낸다와 같은 내용이 아니라 그냥 감자빵 만드는 방법만 적혀있습니다. 혜원은 가출한 엄마가 기껏 딸에게 쓴 편지에 어떻게 감자빵 만드는 법만 적냐며 재하에게 하소연합니다. 어느새 봄이 지나 여름이 됩니다. 풀은 무성해지고 잡초도 끊임없이 자랍니다. 올라가는 온도만큼 숲은 더 울창해졌습니다. 어느 날 같이 밭일을 하던 재하가 혜원이 어릴 적 왕따 당한 일에 대해 이야기를 꺼냅니다. 문득 어린 시절 엄마와 나눴던 대화를 회상하는 혜원은 엄마에게 자기가 왕따인 것 같다고 말하자 엄마는 혜원에게 속상해하는걸 그들이 원하는 것이라며 그러니 속상해하지 말라며 혜원에게 조언해 줍니다. 엄마는 요리도 잘하고 지혜로운 사람이었습니다. 재하의 기억에는 혜원이 왕따를 당한 것이 아니라 혜원이 그들을 왕따 시킨 것처럼 남았을 정도로 그녀는 엄마 덕에 잘 극복했기 때문입니다. 무더위를 날려버리기 위해 대추나무에도 물을 뿌리고 키우는 개한테도 물을 뿌리며 행복하게 여름을 보냅니다. 개운하게 샤워를 마친 뒤 선풍기 앞에서 맛있게 만든 콩국수 한 그릇을 먹자 세상 모든 더위가 사라집니다. 문득 엄마와 함께 숲을 바라보다 먹다 남은 토마토를 밭에다 던지는 엄마의 모습을 회상합니다. 엄마는 매년 이렇게 던져놔야 새로운 토마토가 열린다는 얘기를 합니다. 인간이 느끼기엔 너무 더운 여름이지만 강한 햇볕 덕분에 토마토는 그곳에서 스스로 새로운 싹을 틔울 수 있었습니다.
이 영화를 볼 때마다 맛있는 음식을 볼 수 있고 아름다운 산과 푸른 숲을 볼 수 있어서 눈이 아주 즐거웠던 영화였습니다. 인스턴트 음식을 먹으며 아르바이트 생활에 질려버린 혜원이 엄마와 이별했던 고향집으로 내려와 자연과 마주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제 막 싹을 틔운 나무, 노랗게 물든 개나리, 울창한 숲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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